제3회 사곡묵연전
<사곡묵연전> 사곡 이숭호 선생님께 서예와 전각을 배움을 받고 있는 회원들이 모인 행림서학회에서 주관한 세 번째의 사곡묵연전이 지난 23일 인사아트프라자에서 개최하였다. 사곡 이숭호 선생이번 전시에 참여한 회원들은 수십 년이 넘은 서력을 필두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단단히 구축하여 많은 이들의 이목을 주목시키는 회원들부터 아직 서력은 짧지만 서예에 대한 사랑과 열정만큼은 깊고 뜨거운 회원들까지 전시에 참여하였다. 전시장에는 한글, 한문, 전각을 비롯하여 다양한 매력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보는 이들에게 배의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갈고 닦아온 회원들만의 필치를 가감 없이 관람객들에게 선보이고 있어 작품 속에 녹아든 회원들의 노력과 애정에 감동 또한 받을 수 있다. 물론 완벽한 장법과 필획, 작품의 구성정도가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서예를 사랑하고 작품을 위해 노력한 회원들의 노고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의 가치는 그 어떤 명필가의 작품보다 뛰어나게 느껴진다. 행림서학회 김장현 회장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서예를 사랑하고 애호 하고자 하는 분들과 함께 향유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녹녹치 않은 여건과 각자의 사정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묵연전에 동참하여준 회원분들께 감사드리며 끝으로 항상 묵연회의 지도에 열정을 아끼지 않으시는 사곡 이숭호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라고 밝혔다. 서예에 대한 행림서학회 회원들의 따뜻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제3회 사곡묵연전은 이번 달 29일(화)까지 진행한다.<전시정보>사곡묵연전기간 : 2019년 1월 23일(수) - 29일(화)장소 : 인사아트프라자 4층 전관2019.1.25이승민기자
국당 조성주 전각, 금강경展
국당 조성주 전각, 금강경展 전통 서예가이며 전각가이지만 예술작업을 함에 있어 전해진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 확고한 예술세계를 가진 작가 국당 조성주의 전각, 금강경展이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지난 16일에 열렸다. 국당 조성주는 수년전부터 대붓 휘호 퍼포먼스 등을 통해 서예의 맛을 대중에 홍보하는 활동을 하고 있으며 패션디자인과 서예를 접목하여 우리 한글과 서예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한국을 넘어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장을 열기도 한 그는 붓과 먹, 우리 한글을 진하고 깊게 사랑하는 서예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는 고루하고 지루하다는 인식이 강한 서예를 대중들에게 가깝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게 많은 노력을 해왔다.이번 전시에 당연 돋보이는 작품은 1,151개의 돌에 새긴 금강경5,400자를 대형 병풍에 꾸민 ‘금강경’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을 완성시키기 위해 88년부터 11년간 각을 새겼다고 한다. 그야말로 작품에 대한 의지와 고행을 새긴 것이라고 생각된다. 게다가 작업을 하면서 10년간 각도를 잡았던 오른손 중지가 한쪽으로 굽을 정도였다고 하니 그의 시간을 가른 각고의 노력이 실로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특히 금강경작품 중 의미와 단락이 바뀔 때마다 찍히는 ‘수보리(須菩提)’각은 무수히 다양한 서체로 표현되었는데 그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열성을 쏟아 부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국당 조성주는 “독실한 불자는 아니지만 10년을 하루같이 금강경을 마주하다 보니 심오한 불교세계에 자꾸 빠져들었다.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 즉 ‘한 곳에 집착하지 말라’는 금강경 중 한 대목을 늘 마음깊이 새기고 있다”라고 전하였다. 금강경작품 중 일부 확대이번 전시에는 금강경을 비롯해 국당 조성주의 다양한 서예작품과 전각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전시는 29일(화)까지 진행된다.<전시정보>국당조성주전각,금강경展기간 : 2019년1월16일(수) -29일(화)장소 : 인사동 한국미술관 3층2019.1.25이승민 기자
서예진흥에 관한 법률 - 시행령 제정에 다른 간담회 개최
<서예진흥에 관한 법률>시행령 제정에 다른 간담회 개최 문화체육관광부 시각디자인과 주선으로 <서예진흥이 관한법률>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초안에 실릴 내용을 공유하고 서예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간담회가 1월 16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근정회의실에서 열렸다. 문체부에서는 김성일 정책관, 신은향 과장, 김지은 사무관 등이 참석하고, 서예계에서는 서총에서 권인호, 윤점용, 강대희, 김영기 공동대표와 이종선 총간사가, 서단관계자로 최은철(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예술감독), 이동국(예술의전당서예박물관 수석큐레이터), 강병인(강병인캘리그라피연구소 대표), 장지훈(경기대 서예학과 교수), 이종암, 이광호(신진서예가) 등 11명이 참석하였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문체부가 마련한 시행령과 시행규칙 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참석자들이 개괄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면서 법안에 대해 좀 더 밀도 있게 연구 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공유하였다. 앞으로 시행령은 2월중 각계의견을 수렴하여 초안을 정비하고, 3월에 공청회와 공람과정을 거쳐 4월중 법제처 심의를 받게 되며, 5월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6월 12일부터 시행하게 된다. 서총에서는 본 법안에 대한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대한 서예인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포럼을 2월 중 열 예정이다. 문체부의 시행령안은 다음과 같다. 2019.1.28글씨21 편집실
“경기도체육대회 성공 기원”서예 퍼포먼스 개최
“경기도체육대회 성공 기원” 서예 퍼포먼스-안산 개최 제65회 경기도체전 맞아 원로 서예가 임인자 작품 기부-원로 서예가 임인자 작가가 성공기원이 담긴 서예글씨를 선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 - 안산시원로 서예가 임인자 작가가 오는 5월 안산에서 개최되는 제65회 경기도체육대회 슬로건인 “생동하는 안산, 역동하는 경기”의 12글자를 일필휘지로 써내려 가는 퍼포먼스를 25일 펼쳤다.임 작가는 “안산시에서 경기도 4대 체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시민으로서 작은 도움을 주고자 대회 슬로건을 담은 작품을 기부하게 됐다”며 “한자씩 쓸 때마다 도민체전의 성공 개최와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의 안녕을 기원하는 소망을 담았다”고 전했다.서예가 임인자 작가는 안산시미술협회, 안산단원문인화회, 안산여류서화작가회 등 안산에서 활발히 활동하면서, 최용신기념관 현판 휘호, 안산 호수공원 시비 6점 등 많은 작품을 안산시에 기부했다.시 관계자는 “임 작가가 체육대회 성공을 기원하며 대회 슬로건을 써 주신데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며 “도민이 하나 되어 함께 참여하고 화합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되도록 차질 없이 대회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제65회 경기도체육대회는 오는 5월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안산시에서 개최되며, 24개종목 12,000여명의 선수와 임원들이 참가하여 열띤 경기를 펼칠 예정이다. 2019.1.28글씨21 편집실
문화예술회관, <올해의 작가 개인전> 참여 작가 모집 - 미술․사진․서예 부문...
<2019 올해의 작가를 모집합니다>- 문화예술회관, \'올해의 작가 개인전\' 참여 작가 모집미술․사진․서예 부문…1월 30일~2월 8일 신청접수 - 울산문화예술회관(관장 금동엽)이 2019년도 ‘올해의 작가 개인전’을 이끌어갈 실력과 감각을 겸비한 지역 작가를 모집한다.지역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육성해 울산 예술계의 활성화를 위해 마련되는 올해의 작가 개인전은 공모를 통해 작가가 선정되며 릴레이 형식으로 개최된다.2018년 열린 올해의 작가 개인전 *사진 - 울산문예회관제공지원 자격은 1년 이상 울산에 거주한 만 19세 이상의 작가로, 참가신청서 등 포트폴리오와 PPT 자료를 갖춰 1월 30일부터 2월 8일까지 10일간 문화예술회관을 방문하거나 우편으로 접수하면 된다.‘갤러리 쉼’에서 연중 상설전시로 마련되는 ‘올해의 작가 개인전’은 전시공간의 장소적 특성을 고려해 입체나 설치형식이 아닌 평면작품으로 제한된다.모집분야는 미술, 사진, 서예부문 등 3개 분야에 총 5명의 작가를 선정할 예정이다.작품 전시는 기증 작품전을 시작으로 12월까지 총 6회에 걸쳐 각 60일간 개최되며, 참여 작가에게는 액자 제작 경비와 홍보물을 예산범위 내에서 지원해 준다.문화예술회관 관계자는 “지역작가들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호응을 받고 있는 ‘올해의 작가 개인전’이 우리 지역을 대표할 예술가를 배출하는 플랫폼이 되길 희망한다.” 며 “지역의 참신하고 열정적인 작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 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자세한 사항은 울산문화예술회관 누리집(www.ucac.or.kr)이나 전시교육팀(226-8254)으로 문의하면 된다.2019.1.28글씨21 편집실
山下 尹鐘得의 「산하야죽도」展
山下 藝術魂 - 대나무를 통한 野生의 回復追求 權 允 熙(哲學博士·東洋美學) Ⅰ 바람이 능선을 스칠 때 산들은 윙윙 울었다. 귀 기울이면 바람에 쏠리는 고원의 소리는 다가왔다가 또 떨어졌다. 바람이 가파른 봉우리에 앞으로 부딪칠 때 산들은 둔중한 소리로 울면서 수직의 회오리를 일으켰고 바람이 낮은 능선을 따라서 옆으로 스칠 때 산들은 높은 소리로 울었고 눈보라가 능선을 따라서 길게 흘렀다. 우는 소리가 다가오면서 눈보라의 틈새가 열리면 흐르고 먼 산들이 다가왔고 바람에 날려서 눈보라가 멀어지면 멀어지는 소리에 따라서 산들이 멀어졌다. 눈이 쏟아지는 날에 고원의 가장자리에서는 흐려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귀를 기울이면 보인다. 겨울 고원의 가장자리에서는 시선들이 닿지 못하는 곳을 귀를 기울여 더듬게 되는데 귀로 더듬은 세상의 모습은 종이 위에 그려지지 않는다. 김훈, 『내 젊은 날의 숲』, 문학동네, p.302~303. 눈보라가 치는 우리 반도 겨울 산의 모습을 어느 소설가는 이처럼 읊었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정경이다. 이는 겨울의 야생(野生)이다. 날씨가 차가운 겨울의 야생은 추위와 굶주림의 상징이다. 또한 스산함과 긴장감이 함께 있다. 야생은 꾸밈이 아니다. 야생은 원시이며 순수이다. 이는 곧 자연이다. Ⅱ 서·화·전각가인 산하 윤종득(山下 尹鍾得, 이하 ‘산하’)은 야생을 화두로 삼아 전시를 열었다. 대나무를 소재로 한 <산하야죽도(山下野竹圖)> 展이다. 왜 하필 야생을 주제로 삼았을까? 그는 야생의 회복이 예술의 바탕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야생은 생명력이 특징이다. 여기에는 역경과 시련이 함께 있고, 허기와 굶주림도 있다. 그런데도 그는 야생을 꿈꾸고 이를 화두로 삼았다. 야생은 생명이 중심이고 생명의 출발이며 원초이다. 生命이란 살아 있는 것이다. 산하의 야생은 예술에서 생명력의 회복을 도모한다. 이를 통해서 자신의 예술 세계의 바탕을 굳건히 하기 위했음이리라.<산하야죽도> 전의 소재인 대나무는 우리에게 너무 친숙하다. 유가 문인사회에서 대나무는 문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덕성(德性) 있다 하여 비덕물(比德物)로 여겨졌다. 그러므로 매화·난초·국화와 함께 사군자(四君子)라 한다. 또한 세한삼우(歲寒三友)·삼청우(三淸友)·청우(淸友)·한우(寒友)·오우(五友) 등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대나무의 별칭(別稱)으로 차군(此君)·투모초(妬母草)·포절군(抱節君)·존자(尊者)·고인(故人) 등이 있다. 중국 元代의 문인 식재 이간(息齋 李衎)은 대나무를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대나무라는 식물은 풀도 아니고 나무도 아니며, 무질서하지도 않고 떨어져 있지도 않다. 비록 출처는 다르나 대개는 모두 일치한다. 종자가 흩어져서 나와도 장유(長幼)의 차례가 있고, 모여서 나올 때도 부자지간의 친밀이 있다. 빽빽하면서 번잡하지 않고, 성글면서도 조잡하여 추하지 아니하며 마음이 비어 있으면서도 고요하고, 묘수(妙粹)하고도 영통하니, 가히 군자에 비유 할만하다. 李衎, 「全德品」『竹譜詳錄』卷三. “竹之爲物 非草非木 不亂不雜 雖出處不同 皆一致 叢生者有長幼有序 衆生者有夫子之親 密而不繁 疎而不陋 冲虛簡靜 妙粹靈通 其可比于全德君子矣” 대나무는 이처럼 군자로 불릴만하다. 이는 대나무가 본래 가진 덕성 때문이다. 일찍이 명대의 화가인 왕리(王履, 1332〜?)는 회화창작 과정에서 형(形)과 의(意)는 하나의 범주 내에서 서로 연계되어 있음을 다음과 같이 보여주었다. 그림은 비록 형을 그리는 것이나 의를 주로 하여야 한다. 의가 충분히 표현되지 못하면 형이 아니라고 해도 될 것이다. 비록 그러하나 의는 형에 있는 것이니 형을 버린다면 어디에서 의를 구하겠는가? 그러므로 형을 얻으면 의가 그 형에서 흘러나오지만 그 형을 잃는다면 어찌 형만을 잃은 것이겠는가?王履, 『華山圖序』, “畵雖狀形 主乎意 意不足 謂之非形可也 雖然 意在形 舍形何以求意 故得其形者 意溢乎形 失其形者 形乎哉” 이는 대나무의 그림도 당연히 형과 의가 중시되어야 함을 말한다. 따라서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되어서는 아니 된다. 그렇다면 산하의 대나무 그림은 어떠한 경지일까? Ⅲ 대나무는 그리기가 쉽지 않다. 이는 많은 관찰과 숙달이 필요하며 손에 익어야 나올 수 있다. 청대의 대나무 그림의 명인이었던 판교 정섭(板橋 鄭燮, 1693~1766)은 대나무 그림을 위하여 대나무에 천착해야 함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여름날이면 대나무 숲 한가운데 작은 침상과 같은 자리를 마련해 놓고 누워서 대나무 죽순이 자라는 것을 바라보며 녹음이 사람에게 주는 청량하고 쾌적한 감정을 체험하고 깨달았다. 가을이나 겨울날이면 대나무 줄기로 격자를 만들고 그 위에 깨끗한 흰 종이를 붙여서 바람을 막았다. 날씨가 맑은 날 달이 떠오를 때 창문에 붙여진 종이 위에 비친 대나무 그림자를 보며 천연으로 이루어진 도서를 관찰했다. 鄭板橋, 「墨竹圖」『鄭板橋文集』, “夏日新篁初放 綠陰照人 直一小榻其中 甚凉適野 秋冬之際 取圍屛骨子 斷去兩頭 橫安以爲窓 用均薄溪 白之紙糊之 風和日暖 凍蠅觸窓紙上 冬冬作小鼓聲 於時一片竹影零亂 豈非天然圖畵乎”여러 대나무 그림의 名人 大家들도 이와 같이 대나무에 천착하였다. 산하의 대나무 그림은 그 만의 대나무 그림이다. 대나무에 깊이 천착한 뒤에 나온 그의 대나무는 어디에서도 출처를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그린 대나무는 시선을 당기는 특이한 그림으로 다가온다. 휘어 뿌리 인 듯도 하고 때로는 줄기인 듯도 하며, 어찌 보면 난초인 듯도 하다. 묵색은 청묵으로 했는지 시종일관 맑기만 하다. 그의 대나무는 자연의 생명력을 보고자 함이었을까? 아니면 대나무의 절개보다는 안락과 쉼을 찾아보고자 하였을까? <도1> 윤종득, <野生竹葉圖> 148×210cm<도1> 은 <야생죽엽도(野生竹葉圖)> 이다. 대나무를 소재로 한 148×210cm의 대형 작품이다. 산하는 대나무로 커다란 화선지 위에서 마음껏 노닐었다. 화폭에 반쯤 공간은 댓잎으로 채워 넣고 나머지 반은 공간으로 비워두었다. 커다란 화선지에 펼쳐진 댓잎은 소소밀밀(疏疏密密)이 주조(主潮) 로 되어 있다. 산하의 대나무는 이미 대나무가 아닌 대나무가 되었다. 청대의 판교는 “대나무 그리기는 체격(體格)에 얽매이는 것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요체는 마음 깊게 입신함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대나무 자체보다 대나무의 정신이 중요함을 이른 것이다. 산하는 자신의 대나무를 그렸다. 이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자신의 대나무이다. 그는 자기 식으로 그렸다. 판교의 말처럼 대나무 그림은 대나무의 정신이 중요하다. 마치 산하의 대나무는 이를 보여주는 것 같다. 鄭燮, 「題畵」 『鄭板橋集』, “畵竹之法 不貴拘泥成局 要在會心人深神” <도2> 윤종득, <野生竹葉圖> 60×94cm <도2> 는 세 그루의 대나무를 그린 <야생죽엽도>이다. 대나무 세 그루는 화락(和樂)의 모습이다. 미풍도 불지 않아 평화로우며 댓잎은 조화롭다. 한편으로는 격정에 의한 힘으로 그린 기세도 보인다. 그러나 포근함과 서늘함이 함께 있어 댓잎의 기운은 맑기만 하다. 일찍이 청대의 문인 장경(張庚: 1685∼1760)은 “기운은 먹에서 나오는 것이 있고, 붓에서 나오는 것이 있고, 뜻에서 나오는 것이 있고, 무의(無意)에서 나오는 것이 있다. ‘무의’에서 나오는 것이 최상이고, ‘의’에서 나오는 것이 다음이며, ‘붓’에서 나오는 것이 그 다음이며 ‘먹’에서 나오는 것이 최하이다.”라 한 바 있다. 장경의 말대로 <도2>는 이미 무의에서 그려진 것 같다. “무의에서 나온다.”는 것은 작가의 정신과 정감이 자연스럽게 발휘되는 것이 제일임을 보여준다. <도2> 도 이처럼 산하의 흉중(胸中)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그림이다.張庚,『浦山論畵』, “氣韻有發于墨者 有發于筆者 有發于意者 有發于無意者 發于無意者爲上 發于意者次之 發于筆者又次之 發于墨者下矣”<도3> 윤종득, <野生竹葉圖>, 55×45cm<도3> 은 마치 버드나무가 늘어지듯 그려진 작품이다. 두 그루의 대나무가 중심이며 그 사이로 작은 줄기를 세워 밸런스를 유지하였다. 늘어 질대로 늘어진 가지와 댓잎은 이미 형해화(形骸化) 되어 버렸다. 구조의 소밀(疏密)·행필(行筆)의 완급(緩急)을 통하여 정감을 표현하였다. 오른 하단부의 공간은 청대의 화가인 단중광(笪重光,1623∼1692)이 “허(虛)와 실(實)이 서로 어우러지면 그리지 않은 곳도 모두 묘경(妙境)을 이루게 된다.”고 말한 것처럼 묘경을 보여준다. 笪重光, 『畵筌』, “虛實相生 無畵處皆成妙境”송대 대문호인 소동파는 “문동(文同, 1018∼1075)은 대나무를 그릴 때 대나무만 응시할 뿐 사람은 쳐다보지 않았다. 어찌 사람만을 의식하지 못할 뿐인가? 심지어는 자기 자신의 존재마저도 망각해 버림과 동시에 자신의 몸이 대나무와 같이 되어 버리니 그 경지는 무궁한 청신이다.”라 한 바 있다. 즉, 이는 무아의 경지에서 부지불식간에 그려야 최고의 대나무 그림이 그려지게 되는 것을 보여준다. 蘇軾, 『紀評蘇文忠公詩集』 卷29 四部叢刊, \"與可畵竹時 見竹不見人 豈獨不見人 若然遺其身 其身與竹化 無窮出淸新\"<도3> 은 화선지에 먹물이 잘 발려 그려진 그림이 아니다. 순지나 한지에 그렸는지 뻣뻣하고 앙상한 뼈마디 같다. 사각사각 붓이 지나가는 흔적이 보인다. 이를 통해서 산하는 그만 아는 붓 맛을 느꼈을 것이다. 이 붓 맛은 그를 무아지경으로 만들어주었다. <도4>, 윤종득, <野生竹葉圖>, 60×138cm <도4> 는 한 그루 낙낙장송을 보는 듯한 <야생죽엽도>이다. 하늘은 마치 12월에 눈이 내릴 듯 음산하다. 댓잎과 잔가지가 서로 휘감겨 있다. 담묵으로만 잘 짜인 구도이다. 구성에 있어 빈틈도 없다. 넓은 공간도 허허실실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기법도 독특하다. 아교를 섞어 그렸는지 번짐도 유연하다. 투박하며 질박함이 아니라 세련되고 현대화된 그림이다. 또한 크기도 대작이다. 엄동설한의 야생의 자연에 놓인 대나무이다. 소나무가 독야청청서 있듯 이 대나무도 독야청청의 서 있는 모습이다. 얽히고설킨 가지와 댓잎은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댓잎의 사운 대는 소리가 들리듯 하고 엄동설한에 댓잎 부서지는 소리는 듣기만 하여도 맑고 서늘한 청량제같다. <도4> 는 이를 보여주는 듯하다. <도5>, 윤종득, <野生竹葉圖>, 60×40cm<도5> 는 횡으로 길게 누운 와불 모습의 <야생죽엽도>이다. 소소(蕭蕭)한 대 바람이 사르락 사르락 댓잎 부딪치는 소리를 낼 것 같다. 댓잎은 비정형을 이루며 상하좌우에 엇갈려 있다. 옆으로 누운 대나무는 생경하기만 하다. 이는 획일(劃一)과 범상(凡常)을 넘어 일탈을 보여준다. 이는 대나무지만 이미 아닌 듯하다. 산하가 노니는 대나무이다. 휘어진 줄기로 보아 거센 바람이 일어난 듯도 하다. 어디에서 바람이 불어왔는지도 보인다. 마치 칡덩굴이 자연스럽게 뻗어가는 듯한 모습이다. Ⅳ 산하는 그 만의 대나무를 그렸다. 그는 야생을 그렸다. 그의 본질은 야생이다. 야생은 원시이며 생명력의 바탕이다. 산하의 야생은 대나무를 통하여 도모하였다. 그가 도모한 야생은 그의 예술 인생의 자각과 구축에 있다. 그러나 그가 그린 대나무는 그만의 끼와 운율이 함께 있었다. 거기에는 법칙과 규율뿐 아니라 조화와 질서도 같이 있다. 이는 미학적인 측면에서 고려하여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형태론적 측면과 창작론적인 측면, 심미론적 측면에서 구분하여 심미할 수 있다. 예술에 대한 심미는 대체로 주관성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다양한 측면에서 심미가 가능하나 필자의 입장에서 살펴본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산하의 <야생죽엽도>는 형태론적 측면에서는 소산간원(疏散簡遠)의 미학으로 심미하여 볼 수 있다. 소산(疏散)과 간원(簡遠)은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측면에서의 심미이다. 소산과 간원은 원인과 결과의 미학이다. 즉, 소산함으로 인하여 간원함이 드러난다. 산하의 대나무는 야생을 탐하고자 설정된 소재이다. 즉, 대나무를 통한 야생의 탐색이다. 대나무가 가지는 선비정신이나 기개나 맑음이 목적이 아니다. 그보다는 야생에서의 생존이 더욱 중요하다. 소산과 간원의 미학은 그의 야생을 담아내기 내기 위한 방법이다. 이는 형태적인 측면에서의 미학이다. 둘째로 창작론적인 측면에서는 정유리무(情有理無)의 미학이다. 정(情)과 리(理)는 인간 심성의 주추를 이루는 감성과 이성의 개념이다. 정유리무의 미학은 정신보다는 감성을 위주로 심미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대부분의 그림에 화제가 없음도 이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화제가 없어 작가의 사상과 철학은 살펴보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대나무 그림에 담긴 정감이 심미의 주조가 되어 정유리무의 미학으로 심미 된다. 송대의 학자ㆍ정치가였던 심괄(沈括) (1031~1095)은 王維의 그림을 보고 “마음에서 얻어 손으로 응하니 뜻이 곧 이루어졌다. 고로 이치를 세워 정신 경계에 들어가니 멀리 하늘의 뜻을 얻었다.”고 말한 바 있다. 沈括, 「書畵」『夢溪筆談』 “得心應手 意到便成 故造理入神 逈得天意”산하의 대나무 그림은 화제가 없어도 감성으로라도 심미 됨은 심괄의 말처럼 마음에서 얻어 손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대나무는 정신성도 드러나게 되었다. 창작론적인 측면에서 그의 손에 익은 대나무 그림에 의하여 드러난 심미가 情有理無의 미학이다. 즉, 그만의 특성이 그의 독특한 미학이 되었다. 셋째로 심미론적인 측면에서 미학은 생취일운(生趣逸韻)이다. 생취(生趣)가 활발발(活潑潑)이라면 일운(逸韻)은 어울림이다. 생취와 일운은 산하의 흉중구학(胸中丘壑)과 흉유성죽(胸有成竹)이 있어 가능하였다. 흉중의 구학과 성죽은 산하의 손을 통하여 이루어졌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중국의 미학자인 정적(鄭積)이 “그림을 그릴 때는 모름지기 먼저 뜻을 세워야 한다. 만약 뜻을 세울 수 없는데 갑자기 붓을 내리면 가슴에 주재하는 것이 없어 손과 마음이 서로 어그러지고 끊어져서 족히 취할 수 없게 된다.”에서 알 수 있다. 이는 작가의 흉중구학이나 흉유성죽이 전제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즉, 그의 <양생죽엽도>는 생취와 일운을 통하여 야생의 경계에 들어갔다.鄭積, 「夢幻居畵學簡明」『論意』, “作畵須先立意 若先不能立意 而遽然下筆 則胸無主宰 心手相錫 斷無足取” Ⅴ 아버지의 마음속에서는 언어가 소멸한 것이 아니라 오래 전에 아버지를 떠나갔던 단어들이 모두 살아나서 들 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말을 내보내지 못하고 다만 흔들릴 뿐인 아버지의 입술이 그 안쪽에서 날뛰는 말들의 아우성을 전하고 있는 듯했다. 김훈, 『내 젊은 날의 숲』, 문학동네, p.256.어느 소설의 한 대목이다. 병중인 아버지의 말을 통하여 절제의 미학과 말하기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산하의 <야생죽엽도>에 대한 글도 말을 내보내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는 아버지의 입술 같다. 마치 제대로 내뱉지 못하고 안쪽에서 날뛰는 말들의 아우성도 전하지 못하는 것 같다. 대나무는 예로부터 竹之淸이라 하여 맑음을 최고로 여겼다. 또한 竹有大夫之氣라 하여 대나무에는 대부의 기개가 있다. 이러한 대나무를 소재로 산하의 <야생죽엽도>는 그만의 격이 있다. 특히 야생을 주제로 하여 독특하고 그의 개성이 돋보이기만 한다. 산하의 이번 야생은 더 큰 예술 길의 바탕이 되리라. 이는 일종의 호연지기이면서 심호흡이다. 따라서 이를 자양분으로 한 그의 예술은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unikwon@hanmail.net
서예, 국가무형 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한 조사 진행
서예, 국가무형문화재 될까우리나라의 전통문화예술인 ‘서예’를 국가무형 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한 조사가 진행된다. 문화재청은 매년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보유자 및 전수교육조교 인정이 필요한 종목에 대한 조사계획을 수립하여 당해 연도 1월 문화재청 홈페이지를 통하여 공지하고 있다. 문화재청이 3일 공개한 \'2019년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인정)조사 계획\'에 따르면 올해 14개 종목에 대한 지정조사가 이뤄진다. (*참고 아래 이미지)*출처 문화재청 ‘2019년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인정)조사 계획’에는 태권도, 서예, 인삼재배와 문화, 국궁, 채화칠장은 문화재청이 직권으로 지정을 검토하는 종목이고, 이와는 별개로 전통회화 분야·전통농경 방식·전통무예 분야에 관한 기초조사를 시행한다. 국가무형문화재는 본래 기능과 예능 종목만 지정했으나, 2015년 무형문화재법이 생기면서 전통지식이나 생활관습·구비 전승도 지정 대상에 포함됐다. 이후 아리랑, 제다(製茶), 씨름, 해녀, 김치 담그기 등이 국가무형문화재가 되었다. 서예의 재 부흥을 위해 각계에서 노력하고 있는 이 시점에 ‘서예’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한 서단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여 진다.2019.02.07이승민 기자
행복한 2019 展
행복한 2019 展전남은 현재 2018년 초대 국제수묵비엔날레를 시작으로 꾸준히 수묵의 비전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에 다산미술관은 그 흐름에 발맞추어 매 해 특별한 주제로 수묵을 담은 전시를 기획하고 있으며, 2019년 기해년(己亥年) “황금돼지의 해”를 맞이하여 전라남도와 화순군의 지원 아래 한 해의 복을 기원하는 묵향 그윽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15인(걸침 신강균, 고묵헌 정석흔, 고추 조연수, 고헌 조창현, 머엉 전명옥, 멱당 한상운, 비석 박익정, 생동 이현성, 소담 김정례, 자경 이주옥, 청천 윤혜숙, 취정 류경숙, 토정 이흥홍, 해지 채규대, 혜음 김삼순)의 작가가 저마다 전하고자 하는 글귀와 더불어 수묵 안에서 어우러지는 돼지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소소한 웃음을 짓게 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글씨에 회화적인 요소를 도입한 현대 서예와 시, 서, 화가 어우러지는 문인화를 통해 돼지들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작품을 깊숙이 들여다보아야만 그 진정한 의미와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돼지 형상은 풍성함과 다복함을 상징한다. 또한 “돼지”라는 단어는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은 기운을 주는 우리말 ‘되지’와 발음이 같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도 긍정의 기운을 준다. 작품 안에서 그리고 작품명에서도 재기발랄하게 등장하는 돼지들은 유쾌하게 한 해를 시작할 수 있도록 이끈다. 다산미술관은 행복한 2019년을 기원하는 작가 15인의 신년 메세지를 한데 모아 모든 이에게 전하고자 한다. <행복한 2019>展을 통해 새해에는 뜻하는 바 모두 이루고, 즐거운 일만 가득하길 기원한다. <전시정보>2019 다산미술관 기획초대전 “행복한 2019” 展전시기간 : 2019. 1. 23 (수) ~ 2019. 4. 25 (목)참여작가 : 걸침 신강균, 고묵헌 정석흔, 고추 조연수, 고헌 조창현, 머엉 전명옥, 멱당 한상운, 비석 박익정, 생동 이현성, 소담 김정례, 자경 이주옥, 청천 윤혜숙, 취정 류경숙, 토정 이흥홍, 해지 채규대, 혜음 김삼순관람시간 : 오전10:00 - 오후5:00 *매주 월요일, 법정공휴일 휴관전시장소 : 다산미술관 제 1기획전시실 2019.2.7이승민기자
오감(五感)인가 정감(情感)인가 : 다시 서예비평으로
지난 1월에 실린 김찬호 교수의 전시 평론에 이어 이번 전시에 참여한 김백녕 작가의 반론을 싣습니다. 전시에 관한 다양한 담론이 생산되었으면 합니다. 오감(五感)인가 정감(情感)인가: 다시 서예비평으로 김백녕(작가) 추위가 한층 심해졌다. 작품에 대한 관심도 희미해졌다. 모든 것이 전시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간 듯하다. 지난 12월 초 이화백주년기념관 전시장은 전각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다. 그때 그곳은 작가들의 개성이 담긴 무늬들과 관람객들의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충만해있었다. 작가들은 다소 상기되어 있었고, 관람객들은 그들의 모습, 그들의 작품을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서로 정감을 나누는 모습이 생동감 있게 느껴졌다. ‘전시’란 이처럼 작가의 정과 관람객의 정이 교감·소통하는 그런 생생한 현실을 조성하는 일이다. ‘감상’이란 작가의 정감이 표현된 무늬를 보고, 그 무늬의 의미를 생각하며, 그 무늬의 가치를 음미하는 일이다. “작품의 인식적·정감적, 그리고 도덕적 차원 모두가 예술적으로 관련된 요소일 수 있다.1)” 그래서 ‘비평’은 오감에만 의존할 수 없는 것이다. 해석과 평가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개념은 ‘정감적 인식’이다.1)앨런 골드만(Alan Goldman), 김정현, 「예술작품의 평가 문제」, 미학대계간행회, 「미학대계 제2권 미학의 문제와 방법」, 서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8, 220쪽. 전각예술의 본질은 선과 획을 새겨 작가 자신의 시간 의식과 감정·의지·욕망을 구체화시키는 것이다. 또 그것은 타자성과 주체성, 자연과 인간, 이치와 욕망의 균형·조화를 찰나에 실현하는 활동이다. 오랜 시간 동안의 도법 연마와 장법 구상, 그리고 칼과 돌의 특성에 대한 치밀한 고려가 선행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로써 작가의 정신과 사고, 이념과 의지는 선과 획으로 선명해질 수 있다. 여백은 그 선과 획을 떠받들고 있는 지반이다. 선과 획에 생명의 바람을 불어 주며 하나의 온전한 무늬로 실재하게 해준다. 최치원의 <쌍계사진감선사대공탑비 두전(雙谿寺眞鑑禪師大空塔碑 頭篆)> 작가의 감정과 시간 의식, 역사적·문화적·사회적 감각은 고전의 전형성을 얼마나 충실히 포착해내고 있는가? 이와 동시에 작가의 주체성은 얼마나 적극적으로 구현되어 있는가? 선과 여백, 법고와 창신, 전통과 현대, 타자성과 주체성 등은 균형·조화를 이루고 있는가? 날인되어 있는 무늬에는 작가의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가? 아름다움의 인식과 체득은 ‘정의 교감과 소통’에 달려 있다. 정감은 오감을 넘어 선 감각이다. 감정과 시간 의식, 역사적·문화적·사회적 감각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래서 정감은 아름다움의 인식·체득의 관건이 된다. 아름다움은 오감 만족보다는 더 본질적인 차원, 즉 더 심원한 세계 속에서 체득되는 것이다. 이것이 감상과 비평의 핵심이다.“아름다움은 깊은 정에 있다. 본체 탐구·체득의 관건은 정이다.”2)2)이택후, 권호, 「華夏美學」, 서울: 동문선, 1999, 172-189쪽 참고. 『월간 묵가』 1월호 및 글씨21의 「전시논평」에서 김찬호 교수는 한국 전각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줄곧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에 주목했다. 다양한 매체의 사용, 평면성의 탈피, 다양한 색의 사용 등은 주로 오감 만족과 직결된 것이다. 그는 이런 문제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이 ‘생각의 전환’이라 여기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나아가 볼 필요가 있다. 현상과 본체, 타자성과 주체성을 조화시키려는 생각으로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탈고착화·탈정형화의 근본적인 방법은 작가 자신의 삶과 경험을 철학·사상과 조화시키고, 전각의 전형성에 대한 주체적 해석을 통해 자신의 정감적 형상을 만들어내는데 집중하는 것이다. ‘정’이란 (겉으로 드러난 사물의) 모습에 상대되는 것을 가리킨다. 흔히 말하는 ‘정신’이 곧 이것이다. 정신의 근원은 사람이지 인장이 아니다. (인장을 새기는) 사람에게 정신이 없으면 (새겨놓은) 인장에도 정신이 담겨 있을 수 없다. “(인장을 새기는) 사람에게 정신이 없다.”라는 말은 기운이 쇠약하고 손놀림이 비실비실하여 (정신이) 인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듯한 정취가 느껴지지 않는 경우를 말한 것이다. 비유하면, 졸면서 중얼거리는 것과 같고, 토하면서 마셔대는 것과 같으니, 어찌 (이런 모습 속에) 정신의 빛깔이 있을 수 있겠는가? 정신이 왕성하면, 열 손가락의 움직임도 날아갈듯 왕성해진다. (이렇게 되면) 한 번 그은 획에는 그의 정신이 살아 숨쉬고, 끊어지고 터진 획에는 날아 오를듯한 정신의 빛깔이 담기게 된다. 3) 3)楊士修, 「印母」, “情者, 對貌而言也. 所謂神也, 非印有神, 神在人也. 人無神, 則印亦無神, 所謂人無神者, 其氣奄奄, 其手龍鍾, 無飽滿充足之意. 譬如欲睡而談, 既嘔而飲, 焉有精彩. 若神旺者, 自然十指如翼, 一筆而生息全胎, 斷裂而光芒飛動.”석개(石開)의 전각 ‘정’은 창작과 감상의 근본이다. 아름다움의 인식·체득은 오감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가치의 실현은 역설적이게도 그 오감을 넘어서려는 노력, 오감 너머의 감각을 통해 내면과 내면의 교감 속에서 이루어진다. 거칠게 단순화시켜 말하면, ‘아름다움’은 ‘매력’이다. 그것은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고 끌어당기는 힘인데, 문제는 이 힘이 오감 만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신은 본뜰 수 없다. 그것은 관람객의 마음과 감정 등에 직접 다가선다. 그리고 쉽게 무시되고 있는 사실 중 하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창작과 감상 모두의 영역에서 상당한 정도의 이성적 사유를 즐겨 한다는 점이다. 오감 자극에만 의존하는 감상·평가는 그래서 언제나 그 특별함을 놓치고 만다. 오감에 전해지는 새롭고 신선한 충격보다는 정감에 의해 인지되는 낡은 것의 힘, 익숙한 것의 가치에 더 주목해야 한다. 이 인지 방식은 낡은 것을 쓸모 있는 것으로 탈바꿈시켜 주며, 익숙한 것을 지루하지 않은 새로운 것으로 보게 만든다. 음미하는 즐거움을 주는 바로 그것,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이끄는 바로 그 힘에 주목해야 한다. 그 힘은 어디에서 발생하는가? 그 힘을 강력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작가가 사용한 방법은 적절한가? 이것이 감상의 즐거움이자 비평의 핵심 아닐까?장법은 형태(를 꾸미는 일과 관련된 것)이고, 도법은 정신(을 드러내는 일과 관련된 것)이다. 형태는 본뜰 수 있지만 정신은 본뜰 수 없다.4) 4)徐堅, 「印戔說」, “章法, 形也. 刀法, 神也. 形可摹, 神不可摹.”전통과 현대, 법고와 창신의 관계는 어떠한가? 양자는 개념적으로는 구분되지만 실천 차원에서는 구분될 수 없다. 불교 용어를 써서 말하면, 양자는 둘이 아니다[不二]. 상호 대립적이면서 보완적인 관계다. 전통을 계승하려는 노력 속에도 창작 욕구는 내면화되어 있기 마련이며, 개성 표출에 치중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전통에 대한 답습의 노력에 기초한 것이다. 벗어나고자 하는 대상 없이는 벗어나려는 노력도 있을 수 없다. 법고의 행위 속에 창신의 의미가 담겨 있으며, 창신의 과정 자체가 법고의 존재 위에서 성립된다. 이분법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사용은 작품에 대한 설명을 너무 간단하게, 또는 너무 손쉽게 처리해버리도록 만든다. 이 이분법에 대한 김찬호 교수의 이해가 어떠한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양자의 관계를 상호작용의 관계로 보고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김 아무개의 이 글도 하나의 해석에 불과한 것이다. 전시에 대한 활발한 담론 생산의 불씨가 되길 바란다. 붉은 인주를 묻혀 날인하는 순간부터 작품은 대중의 것이 된다. 텍스트의 의미는 작가의 의도보다는 독자의 해석에 의해 창조된다. 바르트(Roland Barthes, 1915~1980)는 이것을 ‘작가의 죽음’이라 표현했다. 추위는 계속될 것이다. 모든 것이 전시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간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전시 이전과 이후는 분명 다르다. 양자를 확연히 구분시켜주는 것은 바로 교감·소통된 ‘정’이다. 기억은 희미해질 수 있지만 감동은 각인되어 사라지지 않는다. 아름다움은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 본 글은 <월간묵가 2월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2019. 2. 8글씨21 편집실
만해 한용운의 옥중시 특별 展
3.1운동 100주년 기념 \"만해 한용운의 옥중시 특별 展\"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는 특별한 해이다. 이를 맞이하여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 기슭 만해기념관(관장 전보삼)에서 2월 1일부터 28일까지 ‘만해 한용운의 옥중 시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전시포스터(출처 : 만해기념관)이 특별기획전은 3.1 운동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끝까지 변절하지 않고 민족 자주의식을 지킨 만해 한용운(1897~1944)이 3.1 운동의 선봉에 서서 독립을 부르짖다 마포형무소에 수감되었을 때 써 내려간 그의 옥중 시 서예작품 및 관련자료들을 전시한다. 농산의 앵무새 (한용운 시, 석주스님 씀)만해 한용운이 옥중에서 지은 시는 자신의 느낌을 적은 한시 13 수와 시조 1수 그리고 안중근의 기개와 황현의 충절을 기린 한시 2수를 합하며 모두 16수라고 할 수 있다. 만해의 옥중 한시 가운데 7언 절구 5수는 자유와 독립에 대한 열망을 표출했으며, 5언 절구 8수 가운데 4수는 그의 선승으로서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또 다른 4수는 시간성과 부자유의 문제가 크게 부각됐다. 옥중감회獄中感懷 (한용운 시, 청음인 씀)시조 1수 \'무궁화 심으과저\'는 1922년 9월 \'개벽\' 26호에 실린 작품이다. 무궁화의 의미는 애국혼이며 달과 쇠창살을 대조시켜 자유와 비자유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이 또한 이미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의 개요\'에 강조한 바와 같이 자유를 만유의 생명으로 인식한 자유 시인으로서의 면모를 잘 드러내고 있다. 증별贈別 (한용운 시, 현담 조수현 씀)만해기념관 손희정 학예사는 \"조국 광복을 위해 수많은 애국지사들의 희생으로 우리는 21세기 선진국 반열에 오르게 됐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애국지사들의 희생과 그 고귀한 애국 애족 정신을 잊어버리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생각해본다\"며 \"남한산성 만해기념관에서 이 특별전을 준비해, 3·1절 100주년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고, 이 사회를 이끌어갈 우리들에게 만해 한용운 선생의 민족독립운동 정신과 역사의식을 만나는 소중한 기회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시정보>3 ∙ 1 운동 100주년 기념 특별 기획만해 한용운의 옥중시 특별 展전시기간 : 2018.2.1.(금) ~ 2.28.(목)전시장소 : 남한산성 만해기념관2019.2.11글씨21 편집실